美 월가 금융위기 비관론&낙관론
어느 장단에 춤추나…
헤럴드경제|2008-09-25 11:58
美경제위기 놓고 비관론 對낙관론 대충돌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미국 월가 금융위기를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대충돌하고 있다. 특히 당대 최고 거물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비관론 쪽에는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와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그리고 2년 전에 내놓은 ‘12단계 붕괴론’으로 현재 최고의 관심을 받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이 포진해 있다.
반면 낙관론 쪽에는 ‘오마하의 현인(賢人)’ 워런 버핏을 필두로, 억만장자 투자가 윌버 로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 그리고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극단적 비관론자 마크 파버 등이 특이하게도 낙관론에 합류해 있다.
▶‘터널 끝 불빛은 마주 오는 열차’(비관론)=요즘 월가의 최대 화제인물은 루비니 교수다. 그가 2006년 7월 내놓은 ‘미국 경제 및 금융시장이 붕괴로 가는 12단계’ 시나리오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실현되고 있어서다. 그가 예상한 마지막 4개(9~12단계) 단계는 헤지펀드 몰락, 주가 급락, 유동성 고갈, 금융회사 강제 청산 및 매각 악순환 등이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터널 끝에 보이는 불빛은 마주 달려오는 열차”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이 전후 60년 가운데 최악의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던 소로스는 “아직 폭풍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더 많은 금융회사가 문을 닫을 것이며, 금융 부문의 고수익 창출은 이제 규제로 인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외환위기를 사전에 예고했던 크루그먼 교수는 이번에는 아예 손을 놨다. 그만큼 암울하다는 것.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잠재 위험이 워낙 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 금융권 부실을 정확히 예견해 족집게로 유명한 두 사람도 비관론 편에 섰다. 메리디스 휘트니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와 제프리 건들래크 TCW 그룹 최고투자책임자는 각각 집값과 주가가 앞으로 30% 이상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건들래크는 “씨티 그룹은 ‘AIG급’의 문제아가 될 것이고, 유럽 은행들의 재앙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100년 만의 위기”를 언급했던 그린스펀과 채권왕 빌 그로스, 케네스 로코프 하버드대 교수 등도 비관론자다.
한편 잭 웰치 전 GE 회장은 24일 뉴욕에서 열린 ‘월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내년 1분기가 최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금까지 낙관론을 펼쳐왔지만, 이제 저항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금 가만히 있는 건 노년 위해 성욕 아끼는 것’(낙관론)=선봉장은 버핏이다. 그에게 이번 위기는 ‘100년 만의 기회’다. 버핏은 원전업체 콘스털레이션에너지(47억달러) 인수에 이어 23일에는 골드먼삭스에 50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지금 가만히 있는 건 노년을 위해 성욕을 아끼는 것”이라는 말로 지금이 기회임을 주장했다.
‘닥터 둠’ 파버의 낙관론은 의외다. 그는 “뉴욕증시의 극적인 반등이 곧 있을 것이며, 10월 중순까지 일시적 하락을 겪고 나면 아주 강력한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억만장자 투자가 로스도 “지금은 투자자들에게 기회이며, 어려움에 부닥친 소규모 은행 가운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러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FRB가 신속하게 나서고 있어 대공황은 없다”며 “최악은 지났다는 징후가 보인다”고 말했고,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은 “대형 투자은행의 파산 및 매각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면 금융시장의 신뢰도가 회복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필수 기자(pilsoo@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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