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아내가 바라보는 남편
아내가 바라보는 낚시꾼 남편
<글쓴이 - 어느 낚시광의 아내>
우리집에 사는 어떤 양반은 낚시광이다.
가랑비에 옷 젓는다고 하더니 낚시꾼들을 슬슬 따라다니더니
어느새 자기가 낚시광이 되어버렸다. 낚시방송이 나오는 테레비가 젤 좋은 테레비라고 강력하게 우기는 완전 낚시광이 되어 버렸다.
낚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다.
혼자 다니기가 미안했던지 온가족을 데리고 낚시터로 갔다.
계획인즉 자기는 낚시하고 나는 아이들이랑 옆에서 놀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럴듯 하지 않은가
왠걸, 남해 어느바닷가 바위투성이인 곳에다 데려다놓고는 자기는 우리가 따라가지도 못하는 절벽 밑에 갯바위에 가서는 도를 닦는지 뭐를 하는지 콧배기도 안 보이고 나는 아이들데리고 언덕위에다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는 아이들이 절벽끝으로 갈까봐 안절부절 못하고, 놀이기구가 있길하나 졸졸 흐르는 냇물에 시원한 그늘이 있기를 하나, 땡볕에다 우리들을 내버려두고 자기는 좋아서 다리아픈 줄도 모르고 몇시간을 서 있다.
애들이 바다를 바라보며 고독을 즐기겠는가, 사색에 잠기기를 할까
내가 이눔의 낚시터에 따라오면 성을 간다 갈어.
그 뒤로는 다시는 가자 소리도 안하고 따라 갈 생각도 안하고
휴일만 되면 나와 아이들은 낙동강오리알 신세가 되어서 쓸쓸하게 보내고 있다.
출근할 때는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나는 양반이 쉬는 날만되면 깨우지 않아도 새벽댓바람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특히 가을이면 물때가 최고라나 뭐라나 더 얼굴보기가 힘든다.
요즘 단풍이 한창이라고 하던데......
나는 혹시나 하고 운을 띄우면 신랑 왈 "단풍, 그거 ~~ 아주 안좋은기라. 괜히 쓸데없이 바람만 든다 아이가. 집에 조용히 있는게 제일인기라. 사람들 억수로 많은데 가봐야 고생만 진땅 한다 아이가"
에고에고 말을 말아야지. 행여 올가을 단풍은 볼수있을라나 하고 기대한 내가 바보지.
낚시꾼들은 순 뻥쟁이 들이다.
맨날 하는 소리가 진짜 큰놈 잡았는데 낚시줄이 터져서 놓쳤다느니
오늘은 진짜 큰거 잡았는데 망태기에 구멍이 나서 도망을 가버렸다느니, 허구헌날 뻥을 쳐 댄다. 안보니 낸들 어떻게 알겠는가
고기의 크기를 재는 것만 봐도 얼마나 허풍이 심한지,
주둥이와 꼬리지느러미를 최대한 늘려서 재고는 35센티이면 한 40은 된다고 우기지 않는가? 내가 볼 때는 실제 살점이 있는 부분은 25센티 밖에 안되 보이는데....
고기를 한마리도 못잡고 오는날은 우리집은 비상이 따로 없다.
생전 안챙기전 애들 숙제장 검사를 하지않나 밥 빨리 안준다고 짜증을 내지를 않나.
슬슬 구슬러서 물어보면 저쪽 갯바위에는 연신 큰고기가 올라오는데 자기는 한마리도 못잡고 점심까지 쫄쫄 굶은 날이다.
그러다 한마리 잡아온 날은 또 어떤가
낚시터에서 출발하면서 벌써 집에다 전화를 해서는 목소리 쫘악 깔고는 상추랑 초장이랑 준비해 놓으라고 분부하신다.
집에 도착하면 어떤포인트에서 어떤 포즈로 어떻게 잡았는가
설명해주느라 바쁘고 옆에 사람이 한마리도 못잡으면 더 신나는 일이다.
나한테만 설명하고 그치는가. 아니올씨다이다.
여기 저기 꾼들한테 전화해서는 한껏 부풀려서 큰놈 잡았노라고 자랑이 한창이다.
진짜 보러 오면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원...
아니다. 자기들도 으례하는 뻥이니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눔의 낚시도구는 우째그리비싼지. 오고가고 기름값하며 배삯에다 미끼깞은 어쩌고
그래도 맨날 하시는 말씀은 이거는 누구가 준것이고 저거는 누구가 준것이고 배삯은 사장님이 내주고 차는 사촌형님차 얻어타고 가고
자기 돈은 하나도 안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왜 맨날 날보고 손을 내미시는지, 그손에는 돈이 아니라 마누라 사랑만 받아가지고 기신건지.
어느날 보면 낚시대가 한개 생기고 어느날은 보면 차트렁크에 배드민턴집처럼 생긴게 보이고, 온집안 구석구석엔 낚시바늘이랑 납덩이 방울 같은게 굴러다니고 여기는 빨간낚시줄 저구석엔 주황색낚시줄.
애들 빈바구니에 낚시바늘을 놓아둔바람에 나는 두번이나 손을 찔렸다.
빠지지도 않고 피를 봐야 빼낼수 있는데...
그나마 고기나 잡지 애매한 나를 잡어 왜?
우리신랑의 낚시스승인 사촌형님집에 갔었다.
그 부인(내게는 형님이다)께 푸념을 하면 그형님은 싱긋 웃기만 하신다.
벌써 도를 다 통하신 듯 날보고 자꾸 웃기만 하신다.
여보세요. 신랑님 이제 나도 단풍구경 좀 합시다. 단풍색깔이 검은색인지 흰색인지 통 기억이 안납니다.
울신랑 내가 자기 흉본거 알면 난리 나겠지.
다행인 것은 울 신랑은 컴맹이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