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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의 슬픔

돌과바당 2007. 4. 9. 16:23

만원의 슬픔 ....


글쓴이 - 모름


늦은 시간에 한 남자가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의 다섯 살 난 아들이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저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그럼. 궁금한게 뭔데?" 남자가 대답했다.


"아빠는 한 시간에 돈을 얼마나 버시나요?"

"그건 네가 상관할 문제가 아냐.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냐?"

남자가 짜증난 말투로 화가 나서 말했다.


"그냥, 알고 싶어서요.. 말 해 주세요. 한 시간에 얼마를 버시나요?"

아이가 다시 한 번 물었다.

"네가 정 알아야 겠다면... 한 시간에 만원이다."

"아......" 아이는 고개를 숙였다...

다시 아버지를 올려다보며 아이가 말했다.

"아빠, 저에게 오천원만 빌려 주실 수 있나요?"


아버지는 매우 화가 나서 말했다.

"네가 돈을 빌려 달라는 이유가 고작 멍청한 장난감이나 쓸모없는 것을 사려는 거라면, 당장 네 방에 가서 잠이나 자거라. 나는 매일 매일 힘들게 일하고 있고, 그런 것에 낭비할 돈은 없다."


아이는 말 없이 방으로 가서 문을 닫았다.

남자는 아들의 질문에 대해 생각 할수록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돈을 빌리기 위해 감히 그런 질문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좀 가라앉자, 남자는 자신이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천원으로 꼭 사야만 할 뭔가가 있었던 것이겠지... 게다가 평소에 자주 돈을 달라고 하던 녀석도 아닌데.... 남자는 아들의 방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자니?" 그가 물었다. "아니요 아빠, 깨어 있어요."

"내가 생각해 봤는데.. 좀전엔 내가 좀 심했던 것 같구나,"

"오늘 힘든 일들이 많아서 네게 화풀이를 했던 것 같다. 자 여기 네가 달라고 했던 오천원이다."

아이는 벌떡 일어나서 미소 짓고는 "고마워요. 아빠!" 하고 소리쳤다.


그리고, 베개 아래 손을 넣더니 꼬깃꼬깃한 지폐 몇 장을 꺼내는 것이었다.

남자는 아이가 벌써 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보고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아이는 천천히 돈을 세어 보더니,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돈이 있었으면서 왜 더 달라고 한 거냐?" 아버지가 불쾌한 목소리고 말했다.

"왜냐면... 모자랐거든요. 그치만 이젠 됐어요."

"아빠, 제게 이제 만원이 있어요. 아빠의 시간을 한 시간만 살께요.

내일은 조금만 일찍 집에 돌아와 주세요. 아빠랑 저녁을 같이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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