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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영배

돌과바당 2008. 10. 30. 17:03

계영배 : 술이 일정한 한도 이상 차오르면 새어나가도록 만든 잔.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으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한다. 술잔의 이름은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이며,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고대 중국에서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하늘에 정성을 드리며 비밀리에 만들어졌던 '의기'(儀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공자(孔子)가 제(齊)나라 환공(桓公)의 사당을 찾았을 때 생전의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면서 스스로의 과욕을 경계하기 위해 사용했던 '의기'를 보았다고 한다.

 

이 의기에는 밑에 구멍이 분명히 뚫려 있는데도 물이나 술을 어느 정도 부어도 전혀 새지 않다가 7할 이상 채우게 되면 밑구멍으로 새어나가게 되어 있었다고 한다.

 

환공은 이를 늘 곁에 두고 보는 그릇이라 하여 '유좌지기'(宥坐之器)라 불렀고, 공자도 이를 본받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탄탈로스의 접시'라는 화학 실험기구와 그 원리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실학자 하백원(1781∼1844)과 도공 우명옥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한다.

하백원은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태어나 20세까지 학문을 배우고 23세부터 53세까지 30여 년간 실학 연구에 몸을 바친 과학자·성리학자·실학자였다. 그는 계영배를 비롯하여 양수기 역할을 하는 자승차, 펌프같이 물의 수압을 이용한 강흡기와 자명종 등을 만들었다고 한다.


도공 우명옥은 조선시대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던 경기도 광주분원에서 스승에게 열심히 배우고 익혀 마침내 스승도 이루지 못한 설백자기(雪白磁器)를 만들어 명성을 얻은 인물로 전해진다.

그 후 유명해진 우명옥은 방탕한 생활로 재물을 모두 탕진한 뒤 잘못을 뉘우치고 스승에게 돌아와 계영배를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 후 이 술잔을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 소유하게 되었는데, 그는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면서 큰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